"대학 때 교양으로 한 학기 들었던 게 전부였는데, 그게 남아 있긴 하더라고요."
드라마를 좋아합니다. 퇴근하고 한 편씩 보는 게 낙이에요. 그런데 자막을 읽느라 배우 표정을 놓칠 때가 많았습니다. 좋은 장면인데 눈이 아래에 가 있는 게 아까웠어요.
대학 때 교양으로 일본어를 한 학기 들었었어요. 십 년도 더 된 얘기고, 남은 건 히라가나 절반 정도였습니다. 그것도 확실하지 않았고요. 다시 시작하려니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몰라서 미루기만 했습니다.
체험 수업에서 선생님이 기억나는 대로 아무거나 써보라고 하셨어요. 몇 개 쓰다가 막혔는데, 그걸 보시더니 기초가 아예 없는 건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.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게 아니라 흐려진 것만 다시 선명하게 만들면 된다고요. 그 말이 좀 위로가 됐습니다.
실제로 글자는 삼 주 만에 정리됐어요. 문제는 말이었습니다. 읽을 줄은 아는데 입이 안 떨어지더라고요. 그래서 수업 시간의 절반을 말하는 데 썼습니다. 처음엔 한 문장 만드는 데 십 초씩 걸렸어요.
열 달째인 지금은 드라마를 볼 때 자막을 덜 보게 됐습니다. 완전히 끄지는 못했어요. 대사를 먼저 듣고 자막으로 확인하는 식인데, 예전보다는 편하게 봅니다.
"처음부터가 아니라, 흐려진 걸 다시 선명하게 만드는 거였어요."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