"거래처에서 메일이 좀 딱딱하시네요, 라는 말을 들었을 때가 시작이었어요."
업무 메일을 번역기로 썼습니다. 한국어로 써서 돌리고, 이상해 보이는 데만 손보는 식이었어요. 뜻은 통했으니까 문제없다고 생각했습니다.
그러다 일본 거래처 담당자분이 통화 중에 지나가듯 말씀하셨어요. 메일이 좀 딱딱하시네요, 라고요. 웃으면서 하신 말이라 별일 아닌 것처럼 넘어갔는데 저는 계속 신경이 쓰였습니다. 제 메일이 그동안 어떻게 읽혔을까 싶어서요.
수업 첫날 제가 보냈던 메일을 몇 개 가져갔습니다. 회사 정보는 다 지우고요. 선생님이 보시더니 문법은 대부분 맞다고 하셨어요. 문제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. 부탁하는 자리에서 명령처럼 읽히는 표현을 쓰고 있었고, 사과해야 할 자리에서 그냥 사실만 적고 있었어요. 번역기는 뜻만 옮기지 태도까지는 못 옮기더라고요.
그 뒤로 반년 넘게 메일을 다뤘습니다. 자주 쓰는 문장 틀을 정리하고, 상황별로 어느 정도까지 낮춰야 하는지를 배웠어요. 「恐れ入りますが」 같은 표현을 그때 처음 제대로 알았습니다.
지금은 번역기를 안 씁니다. 급할 때 참고는 하는데 문장은 제가 씁니다. 얼마 전에 같은 담당자분이 일본어가 늘었다고 하시더라고요. 그 말 들으려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.
"번역기는 뜻만 옮겨요. 태도는 못 옮기더라고요."
